[W.STORY]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만으로 충분한가?

2021-11-25


2011년 제정된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되었다. 셧다운제는 PC방에서 발생하는 돌연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를 이유로 2005년부터 꾸준히 입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왔다.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헌이라는 의견과 이미 미성년자가 오후 10시 이후 게임방 이용이 법적으로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입법이 되었다.

 

이어서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자체적으로 “게임시간선택제”라는 이름의 셧다운제를 준비하여 시행하였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포함된 게임시간선택제는 게임을 제공하려면 게임 이용자에게 본인 인증을 강제하며, 법정대리인의 동의 확보, 신청에 따른 게임이용시간 제한 등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이겠지만 게임회사에 더 큰 비용과 책임을 지우는 형식의 규제로 동작하였다.

 

당연히 산업 측의 반발은 있었으나, 실제 게임 회사의 실무자들에게는 셧다운제 처리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를 준비해야만 했다.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도 있었으나, 2012년 이후에도 게임 산업은 계속 성장세를 그려갔기 때문에, 셧다운제의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실제로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영향 또한 미미하다고 주장해오며, 셧다운제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 더 강력한 규제와 함께 셧다운제의 영향 바깥에 있는 모바일게임들도 영향에 넣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셧다운제가 산업적인 수치에는 영향이 적었을 수는 있겠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 게임기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콘솔 시장의 성장에는 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엑스박스의 MS, 플레이스테이션의 소니, 닌텐도 모두 셧다운제 대응을 위해 기능을 축소하거나 서비스를 뒤늦게 오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까지 남아 결국 마인크래프트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7년 게임개발자연대에서는 게임심의 통계를 통해 PC 게임의 종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다양성을 헤치는 것을 보이기도 했다.

 

셧다운제가 게임 종수에 끼친 영향에 대한 그래프

 


2011년의 상황은 단순히 셧다운제만을 놓고 보기엔 복잡한 상황이다. LOL의 출시나 모바일 게임의 자율심의가 이루어지면서 게임카테고리가 열리는 등의 사건이 함께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셧다운제는 PC게임 시장 다양성을 해치는 데는 큰 역할을 했으며, 셧다운제를 준비하기 힘든 영세한 게임 회사들은 서비스에서 얻는 수입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게임 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셧다운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형 게임사들 정도만 PC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영세한 회사들만 게임 심의가 필요 없는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간 한국 게임 시장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이 치우쳐있는 기형적인 갈라파고스적 게임시장이 되었다.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없어지면서 과연 게임 시장이 나아질까?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게임시간선택제는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와 장치를 필요로 한다.

 

비판받고 있는 BM 중심의 모바일 RPG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플랫폼의 다양한 게임들이 시장을 확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셧다운제와 법적으로 강제되는 심의는 여전히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게임이용확인서비스

 


게임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게임이용확인서비스는 어떤가. 게임이용확인서비스는  인증수단인 아이핀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자녀의 게임 정보를 확인하려면 자녀의 아이핀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플랫폼을 부모들이 이용하는데에는 절차적 불편한 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또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게임이용확인서비스 가입화면

 


해당 서비스가 동작하려면 모든 게임사는 게임이용확인서비스에 개인정보와 게임이용시간 정보를 전달해야 하며, 이 개인정보 전달은 유출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기관 역시 이 잠재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대부분의 게임기나 안드로이드, iOS의 경우 자체적으로 부모를 위한 관리 모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가정에서 충분히 게임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굳이 업체들이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이러한 정보를 아이핀만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접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게임 시장은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 규제 없이 무작정 풀어놓기엔 BM은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부분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을 가로막는 셧다운제나, 사행성을 제외한 게임들에 대한 심의를 없애는 것은 강물을 막은 둑을 헐어 흐르게 만드는 것처럼 생태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영욱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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