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의 육성은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다. 교육과정 개정이 계속될 때마다 의사소통과 관련한 내용은 일관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정이 진행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협력적 소통’을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협력적 소통 역량을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로 본 것이다. 이 같은 방향은 모든 과목에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국어에서는 시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도록 하고, 수학에서는 문제 풀이 과정을 서로 이야기하도록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소통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다 큰 어른들도 소통의 부재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듯이, 아이들에게 소통 능력을 기르기란 무척 어렵다. 시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자니 공감하지 않기가 일쑤이고, 문제 풀이 과정을 이야기할 때는 서로 자기 방법이 맞다며 우기는 일이 일어난다. 듣고 말하는 쌍방향이 소통이건만 자기의 말만 하려니 불통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면 교사는 교통정리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시원하게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장애 이해 교육으로 종종 활용되는 영화 ‘원더’에는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잠시 등장한다. 안면기형장애를 안고 태어난 주인공 ‘어기’와 친구 ‘잭 윌’이 할로윈 행사 때 생긴 일로 사이가 소원해졌을 때, 마인크래프트는 둘 사이를 화해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서로의 아바타로 게임 내에서 만나 화해하는 과정은 극적이진 않지만 진실하다.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 게임 안에서 자신의 세상을 마음껏 꾸밀 수 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럴까? 예전 읍단위의 학교에서 근무할 때였다. 담임을 맡고 있던 반에 5월쯤, ‘마이클’이라는 중도입국 학생이 전입했다. 중도입국 학생은 자신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나라에서 학업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다. 따라서 우리 말은 거의 하지 못하고, 사고방식과 문화도 본국의 것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다. 마이클은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왔고, 우리 말은 하나도 하지 못했기에 우리 말 특별학습을 실시했다. 담임으로서 말도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마이클과 소통했다. 어머니는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셔서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상담은 가능했다. 1년 동안 얘를 어떻게 지도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의 소통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공통분모는 ‘포켓몬 고’였다. 마이클의 스마트폰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가득했지만 늠름한 ‘망냐뇽’이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포켓몬을 자랑하며 방과 후에 함께 포켓몬을 잡았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지금도 우리 반에서는 인기가 많다
소통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포켓몬 고를 하며 같이 어울리던 아이들이 마이클의 말을 나에게 통역해주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말을 마이클에게 전해주기 시작했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오케이?” “오케이!”만 주고받았는데 같이 수학 문제를 풀고 청소를 하며 알림장을 썼다. 나는 아직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는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눈빛 몇 번과 자기들끼리 아는 단어 몇 마디로 벌써 통한 모양이다. 훌륭하게 적응한 마이클을 보면서 큰 걱정 없이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낼 수 있었다.
이미 게임은 각종 제약조건을 뛰어넘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영화 원더와 직접 경험한 마이클의 사례는 이를 잘 뒷받침한다. 요즘 우리 반의 아이들은 ‘로블록스’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모두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게임은 꼭 맞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박태호 / 교사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초등교사. 한국교원대학교 초등미술교육 박사 수료. 미디어를 교육 현장에 활용하고자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역량을 길러주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의 육성은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다. 교육과정 개정이 계속될 때마다 의사소통과 관련한 내용은 일관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정이 진행 중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협력적 소통’을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협력적 소통 역량을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 하나로 본 것이다. 이 같은 방향은 모든 과목에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국어에서는 시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도록 하고, 수학에서는 문제 풀이 과정을 서로 이야기하도록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소통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다 큰 어른들도 소통의 부재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듯이, 아이들에게 소통 능력을 기르기란 무척 어렵다. 시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자니 공감하지 않기가 일쑤이고, 문제 풀이 과정을 이야기할 때는 서로 자기 방법이 맞다며 우기는 일이 일어난다. 듣고 말하는 쌍방향이 소통이건만 자기의 말만 하려니 불통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면 교사는 교통정리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 시원하게 소통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장애 이해 교육으로 종종 활용되는 영화 ‘원더’에는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잠시 등장한다. 안면기형장애를 안고 태어난 주인공 ‘어기’와 친구 ‘잭 윌’이 할로윈 행사 때 생긴 일로 사이가 소원해졌을 때, 마인크래프트는 둘 사이를 화해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서로의 아바타로 게임 내에서 만나 화해하는 과정은 극적이진 않지만 진실하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럴까? 예전 읍단위의 학교에서 근무할 때였다. 담임을 맡고 있던 반에 5월쯤, ‘마이클’이라는 중도입국 학생이 전입했다. 중도입국 학생은 자신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나라에서 학업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다. 따라서 우리 말은 거의 하지 못하고, 사고방식과 문화도 본국의 것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다. 마이클은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왔고, 우리 말은 하나도 하지 못했기에 우리 말 특별학습을 실시했다. 담임으로서 말도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마이클과 소통했다. 어머니는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셔서 구글 번역기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상담은 가능했다. 1년 동안 얘를 어떻게 지도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의 소통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공통분모는 ‘포켓몬 고’였다. 마이클의 스마트폰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가득했지만 늠름한 ‘망냐뇽’이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포켓몬을 자랑하며 방과 후에 함께 포켓몬을 잡았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지금도 우리 반에서는 인기가 많다
소통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포켓몬 고를 하며 같이 어울리던 아이들이 마이클의 말을 나에게 통역해주기 시작했고, 내가 하는 말을 마이클에게 전해주기 시작했다.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오케이?” “오케이!”만 주고받았는데 같이 수학 문제를 풀고 청소를 하며 알림장을 썼다. 나는 아직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는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눈빛 몇 번과 자기들끼리 아는 단어 몇 마디로 벌써 통한 모양이다. 훌륭하게 적응한 마이클을 보면서 큰 걱정 없이 다음 학년으로 올려 보낼 수 있었다.
이미 게임은 각종 제약조건을 뛰어넘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영화 원더와 직접 경험한 마이클의 사례는 이를 잘 뒷받침한다. 요즘 우리 반의 아이들은 ‘로블록스’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모두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게임은 꼭 맞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박태호 / 교사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초등교사. 한국교원대학교 초등미술교육 박사 수료. 미디어를 교육 현장에 활용하고자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역량을 길러주고자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