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ORY] 물이 무서운 너를 위해 - 게임이 있는 교실

2023-06-27




“선생님, 못하겠어요...”


울상을 지으며 동준이가 다가왔다. 수영복에 수영모, 수경까지 준비물은 빠짐없이 준비했고, 방금 수영 선생님을 따라 물에 들어갔다 나오기까지 했는데, 갑자기 못하겠다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걱정이 되어 물었다.


“무슨 일 있니? 누가 놀렸어?”


“그게 아니고요...”


“응?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야?”


“그게 아니라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을 짓는 내게 동준이는 울먹이며 말했다.


“...물이 너무 무서워요...”

 

생존 수영 수업이었다. 교실을 벗어나 찰랑찰랑 물에서 수업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기다렸던 수업이었고, 앞서 울먹인 동준이 역시 생존 수영 수업을 기다렸던 친구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물에 한 번 들어가더니 물이 너무 무섭다며 더 이상 물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직 이틀의 수업이 남았는데 이를 어쩐다...’ 울먹이는 동준이를 다독이며 생각한 끝에,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바로 VR(Virtual Reality)이었다.

 

코로나19로  2년 간은 수영장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생존 수영 수업은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이때 VR이 큰 역할을 했다. 교실에서 하는 수영 수업에 실망한 아이들에게 VR은 안성맞춤이었다. VR은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매체가 가진 신선함과 몰입감으로 나름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체험과 활동이 제한되었다. 이를 극복하고자 교실에서 VR을 이용했다. 



이번에도 VR은 제 역할을 했다. 다른 친구들이 물에 들어가서 수업할 동안 동준이는 호흡법, 물에 뜨는 법, 해양사고 대처하는 법 등을 VR로 학습했다. 학습 컨텐츠가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학습 효과를 높였다. 컨텐츠 내의 학습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던 동준이는 수업이 끝날 즈음에는 거의 모든 컨텐츠를 마무리했다. 물 밖에서 수업하는 심폐소생술이나 구명조끼 착용, 구명환 던지기는 친구들과 같이 실습했다. 동준이는 생존 수영 마지막 시간까지 빠짐없이 참여했고, 수료식에서 함께 축하의 박수를 쳤다.

 

동준이의 사례에서 보듯 VR은 교육 현장에서 차츰 영역을 넓히고 있다. VR의 몰입감과 실재감은 다른 매체들을 압도하기에 교육적 효과도 크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 위험한 교육 등이 VR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는 사이버 박물관 체험을 통해 전시실을 자유로이 살펴보도록 한다. 또한 전시된 유물을 원하는 대로 돌려보거나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하고, 가상현실에서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컨텐츠를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감은사 VR체험 프로그램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유튜브 캡쳐)



이미 각계에서는 VR의 교육적 활용과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서는 ‘VR, AR 개론 및 실습’이라는 과목이 신설되었고, 22년 8월 메타는 국내에서 ‘교육 현장에서의 메타버스 미디어 브리핑’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를 통해 VR을 활용한 가상 현장 체험학습, 안전교육, 체육활동, 시뮬레이션 체험과 온·오프라인 혼합수업 등이 소개되었다. 여러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들의 보고서와 해외 시장 동향들은 VR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VR 산업의 성장을 이끌 분야 중 빠지지 않는 분야로 교육을 꼽는다.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교실에서 지금보다 더 자주 VR을 만날 것 같다.

 

한편, 생존 수영 교육을 하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VR의 교육적 효용성을 이야기하느냐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물에 대한 두려움을 VR만으로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VR은 말 그대로 ‘가상’ 현실이지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행해져야 한다. 더욱 중요한 가치인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한다면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영상으로 봤던 행동 수칙보다 가상현실 내에서 직접 경험한 행동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VR 교육의 독보적인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현직 교사들이 만든 VR 교육 컨텐츠 – VR로 만나는 지구와 달의 운동. VR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는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출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공식 유튜브 캡쳐)

 

 

*본문에 등장한 동준이는 가명입니다.





박태호 / 교사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초등교사. 한국교원대학교 초등미술교육 박사 수료. 미디어를 교육 현장에 활용하고자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게임을 ‘즐길 줄 아는’ 역량을 길러주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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