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세상을 바꾼다 - 게임 잡학 사전 (2)

2020-09-18


게임 디자이너이자 연구가인 제인 맥고니걸은 2010년 2월 “게임을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Gaming can make a better world)”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거리로 취급받던 게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닌가!


(출처 : 위키피디아)


강연으로부터 약 1년 뒤 맥고니걸은 자신의 주장을 정리한 한 권의 책을 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게임을 한다”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책의 원제는 “Reality is broken”, 즉 "현실은 망가졌다"이다. 제목을 의역한 정확한 의도는 알기 어려우나(이 책이 게임과 관련된 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만을 해 본다), 원래 제목이 저자의 집필의도를 보다 잘 드러내는 것 같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책은 크게 3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게임, 세상을 흔들다’에서는 우리가 게임을 할 때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들과 그 발생 원인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2부 ‘게임, 현실을 혁신시키다’에서는 현실에서도 게임을 즐길 때처럼 행복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대체 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에 대하여 다루며, 3부 ‘게임, 세상을 바꾸다’에서는 자원 부족이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된 게임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우리의 일상을 떠올려보자.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의미 없는 행정 업무,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와 승진까지. 매달 들어오는 월급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괴롭힌다. 반면 게임 속의 세상은 어떤가? 위대한 임무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가슴을 벅차게 하고, 객관적인 평가와 성장이 끊임없는 성취감을 부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게임을 하듯이 현실을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맥고니걸은 허드렛일을 할 때마다 레벨업과 경험치를 부여하는 ‘허드렛일 전쟁’부터 석유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석유 없는 세상’에 이르기까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시스템을 도입한 다채로운 시도를 소개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지금은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맥고니걸의 문제제기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우리가 상사의 명령 없이도 자발적으로 어려운 과업에 뛰어들거나 회사 업무를 처리할 때도 비디오 게임을 할 때처럼 몰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와 같은 자발적 참여와 몰입을 통해 인류가 당면한 기아, 지구온난화, 자원부족 등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물론, 맥고니걸의 원대한 소망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게이머가 점점 더 오랜 시간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지만, 맥고니걸이 염원한 것처럼 게임이 현실세계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인정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찾기 어렵다.


맥고니걸의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가 게임의 긍정적 특성을 현실세계에 적용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인지, 훌륭한 시스템이 아직까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후자이기를 바란다.)


다만, 게임이 현실세계를 혁명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게임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석유 부족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임인 ‘석유 없는 세상’을 플레이한 한 게이머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게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바꿀 수 있다면 언젠가는 세상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병찬 변호사 /

실력은 엉망이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사랑해 온 변호사입니다. 비디오 게임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