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의 시대. 게임의 경험을 어디까지 재현할 수 있을까 (2)

2020-10-12


코로나로 주춤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뉴트로의 유행이 전시가 계속되고 있다. 뉴트로는 뉴트로 마케팅에서 왔으며,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풍을 뜻하는 Retro라는 단어의 조어로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조어이기도 하다. 2018년 이전에도 종종 보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유행을 탄 건 2019년쯤부터라 2019년에는 현대백화점이나 시몬스 침대의 쇼룸에서 옛날 오락실을 테마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는 유재석의 놀면 뭐 하니에서 이효리와 비, 유재석이 모인 싹쓰리가 복고 느낌을 내면서 카세트 라디오나 LP 등의 소품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게임판에서는 뉴트로란 이름이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게, 이미 90년대에도 고전 게임을 다루는 기획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부터 고전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모임이 온라인에 존재했을 정도로 고전 게임 애호가들이 꾸준히 존재해왔다. 지금은 제작사에서도 그러한 팬층을 적극적으로 노리면서 고전 게임의 리메이크나 발매 기념품 등을 새로 생산하기도 하고, 고전게임 애호가들의 취미는 게임을 돌리는 것을 넘어 당시 기기나 환경을 그대로 구축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제주 넥슨컴퓨터 박물관 '아타리2600'


뉴트로 열풍은 오락실까지 발굴해서 뉴트로 테마의 전시에서도 오락실이 한편을 차지하거나, 옛날 오락실이나 고전 게임을 테마로 한 전시회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엔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한 "판교 뉴트로" 전시회라던가, 시몬스 침대 쇼룸에서 진행된 "레트로 스테이션" 도 있고, 레트로 게임을 중심으로 꾸린 오락실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시몬스테라스 레트로스테이션


그런데 우리가 전시장에 꾸민 공간에서 과연 그때 그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가끔 그런 전시장에 가면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본이나 미국의 옛날 게임기와 소프트들을 늘어놓고 레트로라고 이름만 달아놓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가끔은 게임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을 갖춰놓을 때도 있다. 어떤 곳은 레트로 오락기라고 하며 브라운관이 아닌 LCD 모니터와 에뮬레이터가 담긴 컴퓨터가 들어간 캐비닛을 배치하기도 한다. 브라운관을 통한 화면을 중시하는 레트로 마니아들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전시에서 과거 경험을 어디까지 재현할 것도 고민할 부분일 것이다. 80년대 말, 90년대 말의 오락실에 대한 기억이라면 어두컴컴한 데다가 불량한 학생들과 함께 담배 냄새가 자욱한 곳을 상상할 수도 있겠고,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2000년대 초의 오락실이라면 각종 리듬게임기들이 번쩍거리면서 돌아갈 테고, 소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또 그런 것들을 빼고 그때를 재현해놓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어떤 매체의 콘텐츠든 처음 등장해서 소비할 때와 시간이 흐른 후에 소비하는 경험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유독 비디오게임은 비디오게임의 프로그램 자체만큼이나 플레이 또한 중요하다. 같은 게임이더라도 플레이에 따라 그 경험은 천차만별이 되며, 멀티플레이나 온라인 등으로 확장하면서 이 경험을 같게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베를린의 컴퓨터 게임 뮤지엄 (Computer spiele museum)


게임 아카이빙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그에 따른 연구나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콘솔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는 게임 소프트만 있으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하드웨어의 수명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박물관에서는 게임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녹화하여 보관하기도 한다. 계속 패치가 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어떤 시점을 이미지로 남겨 백업을 할지도 문제다. 모든 패치 시점을 플레이 가능하게 복원할 수 있는 이미지로 남긴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백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게임의 경험을 그대로 보존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는 게임 개발자들이 준비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존재하는 많은 플레이어들과 서로 간에 가지고 있는 관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복각했지만 그곳에 10년 전에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들은 없기 때문에, 그 경험은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임의 아키이빙은 앞으로 점점 중요해지겠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연구도 부족하고 시도도 부족한 상황이다.


돌아와서 우리는 80~90년대의 오락실을 재현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자료가 많지 않아 경험에 의존해야 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험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에 지중하면 한국이 아닌 일본이나 미국의 오락실을 재현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영욱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