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게임 가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3)

2020-11-30


옛날에는 컴퓨터 게임이 공짜인 시절이 있었다. 컴퓨터를 사면 게임이 딸려오고 가게에서 게임을 복사하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이 없었다. 심지어 불법도 아니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법적으로 보호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이 발효된 이후이다. 물론 이 이후에도 프로그램의 복제는 비일비재했었고 윈도우 같은 운영체제는 컴퓨터를 사면 딸려오는 것으로, 워드프로세서 같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소프트웨어는 사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긴 했지만, 그 시기가 오래되지는 않았다.


게임월드 창간호 부록에 실린 게임 리스트와 가격. 컴보이는 닌텐도 패미컴의 수입 명이다


워드프로세서나 운영체제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프로그램에 가깝지만, 게임은 그렇지도 않다. 90년대 게임 잡지가 범람하던 시대에는 발매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게임이 잡지를 사면 딸려오는 일도 있었다. 90년대 컴퓨터용 게임의 경우는 다양한 가격대로 게임이 발매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3~5만 원으로 이루어진 패키지 게임이 있었고 기간이 좀 지나면 잡지에서 번들로 잡지 가격에 포함되어 배포되거나 문방구나 서점에서 쥬얼CD 같은 이름으로 간단하게 포장되어 만 원가량에 판매되기도 하였다.


물론 백업 CD라 불리는 CD에 100~200개의 정품 게임을 불법으로 복제하여 1~2만 원가량에 판매되는 불법 복제의 영역도 있었다.


한 달여 간의 시범 서비스 이후 98년 9월 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의 비용은 월 29,700원이었다. 이 금액은 2019년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20년 동안 금액 인상이 없었던 셈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할인 이벤트 등을 하긴 했지만 월 정액 24,750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나, 1년 후엔 19,800원으로 인하하였다. 한편 당시에는 서양에는 온라인게임의 과금을 패키지와 이용료를 따로 내야 했지만, 한국은 패키지 없이 온라인 비용만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온라인게임은 초반에 시범 서비스, 나중에는 오픈베타 등으로 무료로 게임을 어느 정도 제공한 후, 상용화란 이름으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비용이 정해지게 되었는데, 초반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정식 서비스를 하면서는 여러 마찰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주로 징수 대상의 반발이 심했는데, 컴퓨터마다 비용을 내야 하던 피시방 측의 반발이 심하기도 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부분 유료화를 통해 무료로 서비스를 하면서 게임에 추가로 필요한 아이템들을 유료로 파는 모델이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리면서 PC 온라인, 모바일 시장에서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 PC 싱글 플레이, 비디오게임 콘솔 시장에서는 패키지 판매 + 추가 DLC 판매가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부분 유료화 모델에서는 RPG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자리를 잡았는데, 보통 "천장"이라 불리는 어느 정도 금액을 쓰면 원하는 장비 혹은 캐릭터를 얻을 수 있게 설계를 하는 예도 있고 그런 보호장치 없이 그냥 확률만으로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때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종류의 캐릭터를 뽑는 게임은 일반적으로 좋은 캐릭터일수록 낮은 확률이고 보통 기댓값은 약 30만 원 정도이다. 천장도 그것보다 약간 높게 설정될 때도 있고 그조차 없는 게임이라면 50만 원을 넘게 투자해야 원하는 캐릭터를 얻는 불운한 이용자들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시대에서 구하기 힘든 게임기라면 닌텐도 스위치일 텐데, 닌텐도 스위치의 정가는 36만 원이고 거기다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역시 정가로 산다면 75,000원이니 캐릭터를 하나 뽑는데 집에 게임기와 게임을 들이는 것보다 더 투자하는 셈이지만, 투자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비용에 눈물을 흘릴지언정 만족스러워하여서 캐릭터는 뽑아도 게임기는 비싸서 못사겠다라고 언급하는 게이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런 게임의 모든 이용자가 그런 식의 소비를 하지는 않는다. 게임에서 이벤트로 제공하는 화폐들을 모아서 소소하게 나온 캐릭터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회사 차원에서는 캐릭터를 뽑을 때까지 투자해주는 고객들이 더 소중하고 그런 사람이 많은 게임이 매출 순위가 높기도 할 것이다.


어떤 게임에 돈을 얼마나 쓸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시장경제란 것이 시장의 선택에 움직인다면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매출이 더 높게 나온다면 회사는 그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최근에 나온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는 2년 반이 넘는 개발 기간에 전 세계의 15개의 스튜디오에 의해 개발되었다. PC 기준으로 UPlay 에서 스탠다드 버전은 65,000원, 골드 버전은 11만 원, 얼티밋 에디션은 13만 원이다. 추가 콘텐츠가 들어간 고급 버전은 기본 버전의 2배인 셈인데, 이러한 가격 책정은 쉽게 가격을 인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 많이 투입된 개발비를 회수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한편 모바일에서 큰 매출을 내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보면 2018년은 1조가 넘는 매출을 올렸고 2019년도 2018년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가까운 매출이 나왔다. 2020년도 마찬가지일 거라 예상된다. 유비소프트의 2018년 매출이 2조 5천억 원인 것을 생각하면 한 게임 매출이 각종 프랜차이즈 게임들의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궁금증이 든다. 그래서 적절한 게임 가격은 얼마일까. 한국에서 영화의 가격은 극장에서 정한다. 보통 시간과 분량에 상관없이 같다. 블록버스터든 독립영화든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조조할인 이외엔 이렇다 할 가격 차이가 없었지만, 3D, 4DX나 아이맥스 등 상영관의 형태가 늘어나면서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 기준이 아닌 상영관과 좌석 기준으로 정해진다.


게임의 가격은 보통 플랫폼에 의해 정해진다. 게임은 필수재가 아니기도 하다 보니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크기도 하고, 다른 놀잇감에 의해 비해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쌔신 크리드 : 발할라의 경우 제공하는 콘텐츠는 약 100시간에 가깝다고 하는데 스탠다드 버전을 구매했을 경우 시간당 650원인 셈이다. 유독 게임은 플레이 타임을 통한 가성비를 높게 따지는 편이다.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무료이긴 하지만 유료 게임의 경우는 0.99불부터 시작하고 최근에 나온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 가격은 한정판 같은 형태가 아니라면 흔히 풀프라이스 라고 부르는 AAA급 게임의 경우 65,000원 정도가 최고 가격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만 75000원이라는 가격이었다. 이전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 플랫폼에서 형성되는 가격의 풀프라이스로 책정되었다. 대부분의 콘솔 게임 가격은 콘솔이 새로 출시될 때 이전에 비해 좀 높게 책정되고 해당 콘솔의 생애가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 편이다. PC 게임의 가격은 국가마다 다르게 책정되지만 보통 해당 국가의 콘솔 게임 가격에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책정된 가격들도 최근에는 세일 시즌에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디지털 게임이라는 것은 그 특성상 손익분기점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거의 온전히 회사의 수입으로 들어온다. 서버 비용 등의 유지비용이 들긴 하지만 한장 더 팔기 위해 추가적인 생산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다 보니 개발비가 적게 들어간 게임이더라도 매우 많이 팔리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많은 개발비용이 들어가도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하는 흥행산업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용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하고, 회사들은 각종 비지니스모델을 개발해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에 대한 비용을 모든 사람이 같은 가격을 내지도 않고, 제공하는 콘텐츠 역시 개인이 다 같다고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스위치용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가격은 다른 게임에 비해 만원 비싼 74,800원


다시 한번 돌아와서 리니지는 20년간 월 정액  29,700원을 유지해왔다. 2000년 자장면의 가격은 3,000원이었다고 하고 2019년 12월의 자장면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어느 정도의 금액을 게임에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오영욱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