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한 서바이벌 오디션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2020년 스위치를 통해 출시된 국산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여러모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은 게임이었다. 제작진의 전작인 <검은방>, <회색도시>가 남겼던 강렬한 여운, 간만에 만나보는 국산 콘솔 게임 신작이라는 게임 외적인 부분도 부분이었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장르에서 나름 일가를 구축한 제작진이 차기작으로 뽑아든 소재 덕분이었다.
<베리드 스타즈>의 배경은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의 TOP5 실시간 경연 현장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성격과 개성의 생존자들은 갑작스럽게 특설 무대가 붕괴하면서 건물 잔해 안에 갇혀 고립된 상황이다. 안정적으로 1위에 안착한 사람부터 5위로 탈락 위기에 몰린 사람까지 다섯 명의 서바이벌 오디션 참가자들은 붕괴 직전까지는 대중의 인기와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른바 ‘셀럽’의 위치에 선 이들이었다.
게임 제목이 가리키는, ‘파묻힌 별들’이라는 말의 첫 번째 의미는 표면적으로 실제 오디션 무대가 무너져 잔해 아래 파묻히고 만 다섯 명의 스타들을 가리킨다. <베리드 스타즈>는 이 붕괴사고를 우연으로 다루기보다는 현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또하나의 장치로 사용한다.
게임 속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벌써 몇 시즌을 이어 오며 서서히 대중의 주목을 잃어가고 있는 처지였고, 이에 방송국은 더 자극적인 소재와 편집을 동원해 어떻게든 다시 한번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되살리고자 애쓴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방송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횡령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붕괴사고는 하청과 재하청이라는 사업구조 속에 일어나는 비용 후려치기와 일정 깎아내기가 만든 필연의 결과물로 묘사된다. 뉴스에서 우리가 자주 본, ‘올 것이 왔다’의 톤으로 게임 속 붕괴사고는 다뤄진다.
방송국의 막장 행보는 행사장이 무너져 출연자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뉴스 속보가 온 세상을 뒤덮는 상황을 방송국은 기회로 여기고, 출연자들이 잔해 안에 살아있음을 강조하며 인기투표는 계속 이어질 것임을 천명한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자리한, 대중을 자극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서슴지 않는 방송국의 태도가 ‘스타들을 파묻어버린’ <베리드 스타즈>의 첫 번째 주제로 자리한다.

붕괴한 현장보다 더욱 위험한, SNS의 세계
<베리드 스타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그러나 홍진호마냥 ‘두 번’ 파묻힌다. 첫 번째가 시청률 지상주의의 졸속행정을 반복하는 방송국이었다면, 두 번째로 그들을 파묻는 것은 바로 익명의 대중들이다. 게임은 가상의 SNS인 ‘페이터’(라고 쓰지만 누가 봐도 어떤 SNS인지 알 수 있는)를 통해 대중들이 내뱉는 무책임한 말로 무너져가는 출연자들이 다시 한번 파묻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붕괴로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생존자들이 연결될 수 있는 창구는 PPL로 협찬받은 스마트워치뿐이었고, 그나마도 일반 이동통신이 잘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소통 가능한 창구는 SNS인 ‘페이터’ 뿐이었다. ‘페이터’를 통해 자신의 생존을 알리자 대중들은 처음에는 살아있다는 소식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곧 ‘그 상황에서도 SNS질이냐’, ‘투표 계속한다니 표 구걸하네’ 와 같은 날선 메시지들을 접하게 된다.
제작진에 실제 SNS 악플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현실의 SNS에 쏟아지는 무분별한 악플들의 어투마저도 고스란히 재현해 낸 <베리드 스타즈> 속에서의 ‘페이터’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출연자들의 멘탈을 뒤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여전히 밖에서 인기투표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출연자 중에서는 탈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끝까지 SNS에 매달리는 사람도 나타나면서 게임은 점입가경의 상황을 연출해 낸다. 방송국의 졸속 행정이 한 번 파묻은 스타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SNS의 무차별한 대중들의 언어폭력 앞에 또 한 번 파묻힌다.

<베리드 스타즈> 안에서 SNS상의 대중은 끝없이 생존자들을 괴롭히며 이야기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한다. 사례로 나오는 SNS멘트들의 현실적인 재현도 또 다른 볼거리.
관심자본으로 움직이는 현대 대중문화의 단면을 드러내는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그렇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고립된 상황에 놓인 생존자들 중 한 명인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끝까지 주요 생존자들의 멘탈을 챙겨 나가면서 고립을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을 다룬다. 다회차 플레이를 통한 진엔딩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추리게임의 문법을 사용하면서 좀 더 다채로워지고, 종국에는 알 수 없는 공포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뒤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이 ‘스타들’이라는 주인공 일행을 파묻어버린 두 소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SNS는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둘 모두 ‘대중의 관심’을 딛고 등장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만난다.
오늘날 사실상 기존의 미디어를 대체할 수준에 이른 SNS는 기본적으로 관심에 의해 움직이는 매체다. 페이스북은 파란 엄지손가락으로 대표되는, ‘좋아요’가 일종의 자산으로도 활용되는 매체다. 이른바 ‘페북스타’는 수많은 팔로워들의 ‘좋아요’와 공유, 댓글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그렇게 얻은 인기는 ‘페북스타’의 발언력을 SNS상에서 높이는 데 일조한다. 더 많은 팔로워와 ‘좋아요’ 수가 보장될 때에만 발언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매체 안에서 대부분의 글들은 좀 더 자극적이어야만 대중의 눈에 띄고, 이용자들은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찾아간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도 더하면 더했지 관심이라는 새로운 자산을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이런 관점에서 텔레비전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은 어찌 보면 SNS의 구조를 TV가 받아안은 형태로 나타난다. 일방향 매체였던 텔레비전이 SNS의 문법을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하지만, 이 역시 관심이라는 자원을 매개로 한 소통일 수 밖에 없다. ‘좋아요’ 와 ‘리트윗수’는 시청자 투표수와 관련 게시판 댓글 수로 나타나며, 일반 매체들은 이렇게 수면 위에 올라온 상위 그룹들에 포커스를 맞추며 보도 방침을 정해나간다.
<베리드 스타즈>가 선택한 두 개의 소재는 그래서 ‘관심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바로 그 현상을 두 소재의 교집합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어 게임의 배경으로 삼는다. 파묻히는 스타들은 결국 대중의 관심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찬가지로 대중의 관심 속에 파묻혀버리는 것이다.
<베리드 스타즈>에서 중심에 움직이는 캐릭터
터들의 변수는 개인의 멘탈 수치다. 주인공의 멘탈 수치가 0이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고,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들 또한 멘탈 수치를 지켜내지 못하면 최종 엔딩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다. 관심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 속 세계의 인물들이 멘탈이라는 수치에 의해 생사와 스토리가 결정된다는 점은 이 게임의 함의가 결국 현대 대중문화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 대중의 관심이라는 자원에 있음을 드러낸다.
사람을 띄우고 또 구덩이에 처박을 수 있는 힘으로 SNS시대의 관심자본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직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그 힘에 놀라워하면서도 때로는 대중의 관심에 휘둘려 쓰러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동시에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물리적 붕괴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NS라는 매체에까지 휘둘리며 멘탈을 챙겨 나가는 <베리드 스타즈>의 게임 플레이는 메인 스토리 이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관심자본의 작용과 그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게 한다. 게임 플레이 안에서 무너지는 멘탈을 챙겨가는 스토리텔링 플레이를 하면서 게임 밖에서는 그러한 위험을 만들어낸 세계의 구조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보기 드문 국산 콘솔 어드벤처게임의 목소리는 꽤나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이경혁 평론가 /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박사과정. 디지털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 연구하고 글 쓰고 말하고 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등의 저서,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등의 방송과 기고 등을 통해 게임과 세상이 관계 맺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붕괴한 서바이벌 오디션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2020년 스위치를 통해 출시된 국산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여러모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은 게임이었다. 제작진의 전작인 <검은방>, <회색도시>가 남겼던 강렬한 여운, 간만에 만나보는 국산 콘솔 게임 신작이라는 게임 외적인 부분도 부분이었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장르에서 나름 일가를 구축한 제작진이 차기작으로 뽑아든 소재 덕분이었다.
<베리드 스타즈>의 배경은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의 TOP5 실시간 경연 현장이다.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성격과 개성의 생존자들은 갑작스럽게 특설 무대가 붕괴하면서 건물 잔해 안에 갇혀 고립된 상황이다. 안정적으로 1위에 안착한 사람부터 5위로 탈락 위기에 몰린 사람까지 다섯 명의 서바이벌 오디션 참가자들은 붕괴 직전까지는 대중의 인기와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른바 ‘셀럽’의 위치에 선 이들이었다.
게임 제목이 가리키는, ‘파묻힌 별들’이라는 말의 첫 번째 의미는 표면적으로 실제 오디션 무대가 무너져 잔해 아래 파묻히고 만 다섯 명의 스타들을 가리킨다. <베리드 스타즈>는 이 붕괴사고를 우연으로 다루기보다는 현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또하나의 장치로 사용한다.
게임 속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벌써 몇 시즌을 이어 오며 서서히 대중의 주목을 잃어가고 있는 처지였고, 이에 방송국은 더 자극적인 소재와 편집을 동원해 어떻게든 다시 한번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되살리고자 애쓴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방송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횡령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붕괴사고는 하청과 재하청이라는 사업구조 속에 일어나는 비용 후려치기와 일정 깎아내기가 만든 필연의 결과물로 묘사된다. 뉴스에서 우리가 자주 본, ‘올 것이 왔다’의 톤으로 게임 속 붕괴사고는 다뤄진다.
방송국의 막장 행보는 행사장이 무너져 출연자들이 고립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뉴스 속보가 온 세상을 뒤덮는 상황을 방송국은 기회로 여기고, 출연자들이 잔해 안에 살아있음을 강조하며 인기투표는 계속 이어질 것임을 천명한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자리한, 대중을 자극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서슴지 않는 방송국의 태도가 ‘스타들을 파묻어버린’ <베리드 스타즈>의 첫 번째 주제로 자리한다.
붕괴한 현장보다 더욱 위험한, SNS의 세계
<베리드 스타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그러나 홍진호마냥 ‘두 번’ 파묻힌다. 첫 번째가 시청률 지상주의의 졸속행정을 반복하는 방송국이었다면, 두 번째로 그들을 파묻는 것은 바로 익명의 대중들이다. 게임은 가상의 SNS인 ‘페이터’(라고 쓰지만 누가 봐도 어떤 SNS인지 알 수 있는)를 통해 대중들이 내뱉는 무책임한 말로 무너져가는 출연자들이 다시 한번 파묻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 붕괴로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생존자들이 연결될 수 있는 창구는 PPL로 협찬받은 스마트워치뿐이었고, 그나마도 일반 이동통신이 잘 연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소통 가능한 창구는 SNS인 ‘페이터’ 뿐이었다. ‘페이터’를 통해 자신의 생존을 알리자 대중들은 처음에는 살아있다는 소식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곧 ‘그 상황에서도 SNS질이냐’, ‘투표 계속한다니 표 구걸하네’ 와 같은 날선 메시지들을 접하게 된다.
제작진에 실제 SNS 악플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현실의 SNS에 쏟아지는 무분별한 악플들의 어투마저도 고스란히 재현해 낸 <베리드 스타즈> 속에서의 ‘페이터’는 고립된 상황에 놓인 출연자들의 멘탈을 뒤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여전히 밖에서 인기투표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출연자 중에서는 탈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끝까지 SNS에 매달리는 사람도 나타나면서 게임은 점입가경의 상황을 연출해 낸다. 방송국의 졸속 행정이 한 번 파묻은 스타들은 그렇게 다시 한번 SNS의 무차별한 대중들의 언어폭력 앞에 또 한 번 파묻힌다.
<베리드 스타즈> 안에서 SNS상의 대중은 끝없이 생존자들을 괴롭히며 이야기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한다. 사례로 나오는 SNS멘트들의 현실적인 재현도 또 다른 볼거리.
관심자본으로 움직이는 현대 대중문화의 단면을 드러내는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그렇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고립된 상황에 놓인 생존자들 중 한 명인 플레이어의 시점에서 끝까지 주요 생존자들의 멘탈을 챙겨 나가면서 고립을 벗어나고자 하는 과정을 다룬다. 다회차 플레이를 통한 진엔딩으로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추리게임의 문법을 사용하면서 좀 더 다채로워지고, 종국에는 알 수 없는 공포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뒤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이 ‘스타들’이라는 주인공 일행을 파묻어버린 두 소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점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SNS는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둘 모두 ‘대중의 관심’을 딛고 등장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만난다.
오늘날 사실상 기존의 미디어를 대체할 수준에 이른 SNS는 기본적으로 관심에 의해 움직이는 매체다. 페이스북은 파란 엄지손가락으로 대표되는, ‘좋아요’가 일종의 자산으로도 활용되는 매체다. 이른바 ‘페북스타’는 수많은 팔로워들의 ‘좋아요’와 공유, 댓글을 통해 인기를 얻고, 그렇게 얻은 인기는 ‘페북스타’의 발언력을 SNS상에서 높이는 데 일조한다. 더 많은 팔로워와 ‘좋아요’ 수가 보장될 때에만 발언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매체 안에서 대부분의 글들은 좀 더 자극적이어야만 대중의 눈에 띄고, 이용자들은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찾아간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도 더하면 더했지 관심이라는 새로운 자산을 기반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이런 관점에서 텔레비전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은 어찌 보면 SNS의 구조를 TV가 받아안은 형태로 나타난다. 일방향 매체였던 텔레비전이 SNS의 문법을 받아들이고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하지만, 이 역시 관심이라는 자원을 매개로 한 소통일 수 밖에 없다. ‘좋아요’ 와 ‘리트윗수’는 시청자 투표수와 관련 게시판 댓글 수로 나타나며, 일반 매체들은 이렇게 수면 위에 올라온 상위 그룹들에 포커스를 맞추며 보도 방침을 정해나간다.
<베리드 스타즈>가 선택한 두 개의 소재는 그래서 ‘관심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바로 그 현상을 두 소재의 교집합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어 게임의 배경으로 삼는다. 파묻히는 스타들은 결국 대중의 관심으로 만들어졌지만, 마찬가지로 대중의 관심 속에 파묻혀버리는 것이다.
<베리드 스타즈>에서 중심에 움직이는 캐릭터
터들의 변수는 개인의 멘탈 수치다. 주인공의 멘탈 수치가 0이 되면 그대로 게임 오버가 되고, 함께 살아남은 생존자들 또한 멘탈 수치를 지켜내지 못하면 최종 엔딩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다. 관심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게임 속 세계의 인물들이 멘탈이라는 수치에 의해 생사와 스토리가 결정된다는 점은 이 게임의 함의가 결국 현대 대중문화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한 대중의 관심이라는 자원에 있음을 드러낸다.
사람을 띄우고 또 구덩이에 처박을 수 있는 힘으로 SNS시대의 관심자본은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아직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그 힘에 놀라워하면서도 때로는 대중의 관심에 휘둘려 쓰러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동시에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물리적 붕괴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NS라는 매체에까지 휘둘리며 멘탈을 챙겨 나가는 <베리드 스타즈>의 게임 플레이는 메인 스토리 이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관심자본의 작용과 그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게 한다. 게임 플레이 안에서 무너지는 멘탈을 챙겨가는 스토리텔링 플레이를 하면서 게임 밖에서는 그러한 위험을 만들어낸 세계의 구조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보기 드문 국산 콘솔 어드벤처게임의 목소리는 꽤나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이경혁 평론가 /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박사과정. 디지털게임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 연구하고 글 쓰고 말하고 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등의 저서,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등의 방송과 기고 등을 통해 게임과 세상이 관계 맺는 방식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