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가 뜻하는 직군

2021-06-01


개발이란 단어는 development의 번역어이다.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부동산 개발, 국토 개발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익숙한 단어이기도 하다. 처음 개발의 의미는 토지나 천연자원 등을 유용하게 만드는 의미였고, 이어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었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건축학 등 여러 공학에서 개념들을 많이 가져오기도 했고 소프트웨어 역시 빈 땅에 무언가를 지어올린다는 점에서는 도시개발 등과 닮아있기도 하다. 이러한 development가 어떤 식으로 한국에서 개발로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이렇다 할 어원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불교 용어였던 개발이 일본에서 역시 부동산 개발로 사용되었고, 영어 개념을 번역해오면서 비슷한 뜻의 개발에 development를 대치하였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게임 역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게임 뒤에도 개발이 붙었다. AAA급 게임 소프트웨어에 참가하는 개발자의 숫자는 1000명이 넘어가는 프로젝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복잡성은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높은 축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을 게임 개발자라 칭한다. 영어로는 game developer이고 일본에서는 게임 크리에이터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때문에 좀 주춤해져있긴 하지만 매년 3월 즈음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는 이러한 Game Developer Conference의 약자이고 NDC는 Nexon Developer Conference 약자이다.

 

<GDC 2012 당시의 GDC어워드 시상식>

 

이러한 게임 개발자들이 일터 밖에서 다른 직군과 만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드물게라도 그럴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직군을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라고 부른다. 이렇게 소개를 받으면 기획자 외에는 그래서 이 사람이 게임 개발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한번은 되묻게 된다. 보통 의도는 이렇다. 개발자는 프로그래머를 지칭하고, 디자이너는 아티스트를 지칭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게임 개발직군 중에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를 모아보았습니다" 같은 말도 나온다.


게임 기획자는 영어권에서는 게임 디자이너(Game Designer) 로 통칭되다 보니 디자이너라고만 하면 이 사람이 그래픽 디자이너인지 게임 디자이너인지 알 수가 없다. 최근에 들어서 영어권에서는 게임에서 그래픽 애셋을 제작하는 직군을 아티스트로 표기하는 편이다. 체감상 게임 개발에서 리소스란 단어를 애셋이라 부르는 즘 이런 호칭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디자이너란 호칭은 난해함만 가져오는 정도지만 개발자는 좀 더 복잡한 관계성을 드러낸다.


게임 개발자인데 프로그래머만 개발이라고 칭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프로그래밍만 개발인 것인가 라고 되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개발은 여러 직군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고, 이 작업은 프로그래밍만으로 이루어 질 수 없다. 근데도 무의식적으로 프로그래머만 개발자라고 부르는 문화는 뿌리 깊게 박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비 개발직군 게임 개발자라는 웃기는 표현이 나온다. 이러한 표현이 게임 개발은 프로그래머만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킬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군 간의 갈등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게임 개발에서 직군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표현들은 상대적으로 구인하기 힘든 엔지니어링 직군에 더 많은 혜택을 주면서 더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회사에서 테크직군 등으로 표현을 해도 받아쓰는 언론들은 이상함을 느끼지도 못한 채 개발직군으로 표현을 바꿔 기사를 내기도 했다.



게임은 한 가지 직군의 작업으로 완성되는 물건이 아니다. 프로그래밍은 물론 게임 디자인, 아트, 사운드, QA부터 외국에도 서비스한다면 로컬라이제이션 팀이 따로 존재하며, 계속 운영되는 게임이라면 운영도 필요하다. 각 직군의 업무나 비중은 회사나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하나만 없더라도 게임 서비스는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개발자라는 표현을 한 직군만을 지칭해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직군에 대한 실례라는 정도는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오영욱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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