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들이 스스로 게임을 선택하기 위하여

2021-09-23

 

2011년 제정된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이를 두고 일부 학부모들의 중국이 부럽다는 기사가 나는 헤프닝도 있었지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과 보호자들의 선택권을 막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00년대 초에는 90년대 게임을 접한 세대가 양육자가 되면 인식도 좀 바뀌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있었다.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보호자라면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를 혹은 게임기를 부모님이 숨기고 찾는 술래잡기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하지만 여전히 자식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양육자들보다는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하는 양육자는 많은 것 같다. 게임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기사나 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90년대에는 키보드만 없어도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가정에서 막을 수 있었지만 2020년의 게임은 30년 전에 비해 복잡해진 부분도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 10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고, 그만큼 양육자들이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인터넷에서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게임 플레이 시간 같이 가정에서 기초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들을 국가에 위탁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부모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과거에는 양육자들이 한 놀이를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하던 시대였지만 지금 같은 디지털 시대는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처음인 상황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부모 역시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가는 우리가 질문해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흔히 영어로 parenting이라고 부르는 양육 기능이 현대에 나오는 대부분의 게임기에서 지원하는 사실을 양육자가 알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물론 부모의 게으름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유독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기관과 단체가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등급분류 사이트인 ESRB에 들어가면 맨 위의 메뉴에서 양육자를 위한 기능을 소개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ESRB의 부모를 위한 도구 페이지

  

ESRB에서 제공하는 내용은 생각 이상으로 충실해서 각 게임 플랫폼별로 제공되는 양육자를 위한 기능들과 함께 게임 습관을 위해 어떻게 이야기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들도 제공하고 있다.


들어가 보면 대부분의 게임기가 양육자들을 위해 시간제한 등의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굳이 법률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부모들이 마음먹으면 충분히 가정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등급분류를 맡고 있는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어 아쉬운 부분이다.


각 게임사들은 어떨까. 닌텐도의 미국 홈페이지에서는 아랫부분에 사이트맵을 표시하는데 양육자를 위한 기능을 대분류로 크게 잡고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일본 닌텐도의 경우는 우측에 보호자에게 라고 다른 메뉴들보다 더 큰 글씨와 아이콘으로 안내를 하고 있다.

 

(좌)닌텐도 미국 사이트의 하단 / (우)닌텐도 일본 사이트의 하단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이렇게 보호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닌텐도도 한국사이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닌텐도는 마트 등에서 제공되는 브로슈어에는 꼼꼼하게 보호자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보호자를 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닌텐도 코리아 사이트 하단


마트 등에 배포하는 닌텐도 브로슈어 중

 

3N이라 부를 수 있는 엔씨, 넥슨, 넷마블은 어떨까. 세 회사 모두 게임시간선택제에 대한 안내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넥슨과 엔씨의 경우는 첫 번째 페이지의 아래에 버튼을 배치해놓았고, 넷마블의 경우는 청소년 보호 정책 메뉴로 들어가야만 "넷마블 자녀사랑 서비스"라는 게임 시간 선택제에 대한 서비스를 안내하고 있다. 3N 모두, 좀 더 눈에 띄게 배치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넥슨 자녀사랑 시간지키미

 

자녀가 스마트폰이 필요한 때가 되면 양육자들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학교 바깥에서 벌어지는 많은 소통이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해 일어나는 상황에서 무작정 아이들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하기에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들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작정 막는 것도 능사가 아니다. 어느 순간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때가 올 테고, 미리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스마트폰과 그와 연결된 인터넷 공간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천천히 학습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요즘은 통신사에서도 키즈폰이란 이름으로 기능을 제한하고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를 제한하는 웹브라우저를 제공하는 휴대폰들도 있다. 이러한 사이트의 제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어떤 연령이 인터넷에 접속하기 적절한 연령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흥미롭게도 구글과 애플의 경우 계정을 만들 때는 14세 이하의 경우는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의 스마트폰은 이메일이 없으면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특히 아이폰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애플 계정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 어떤 양육자에게는 몹시 원하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구글도 애플도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계정을 만들려고 하면 보호자에게 귀속되는 자녀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구글의 경우 이렇게 만든 계정은 단독의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호자의 통제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기본적으로도 가족 계정 기능을 지원하여 대표자만 결제를 등록하면 다른 가족들은 대표자의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를 할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나, 애플 뮤직 같은 콘텐츠 기능들은 가족들이 같이 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다. 등록한 자녀계정은 가족계정에 자동으로 추가되며, 양육자와 아이가 원하는 경우엔 iOS12부터 도입된 스크린타임으로 아이가 어떤 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분 단위로 체크할 수 있으며, 앱마다 사용시간을 결정해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가 필요하다면 보호자가 자리에 없더라도 부모에게 요청을 해서 원격으로 기능을 열어주는 것도 가능하다.

  

 iOS 스크린타임

 

앱스토어에서 앱을 받는 것 역시 보호자의 허락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시도하는 순간 보호자의 휴대폰에서는 앱을 받을 수 있도록 승낙할지 거절할지 결정할 수 있다.


구글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역시 아이의 계정을 만들면 그 순간부터 가족계정에 대해 언급하며 콘텐츠를 가족이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은 일반적인 경우 개발자 모드가 풀려있어 apk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부분은 가족이 서로 결정해야 할 부분 아닐까.


언급한 부분이 보호자를 위한 기능의 전부는 아니다. 물론 이러한 기능들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다. 큰 규모의 회사들과 보호자들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물일 것이다. 한편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보호자들은 얼마나 될 것이며 자녀와 상의해가면서 규칙을 정해가는 가정은 그 숫자가 얼마나 될까.


앞서 언급한 한국의 게임 사이트들이 기능을 만들어 놓고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지어 닌텐도마저 한국에서는 웹사이트에 보호자 기능을 안내하고 있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쩌면 강제적 셧다운제 때문이 아닐까. 한국의 게임 웹사이트들은 보호자 기능을 안내하지 않아도 어떤 문제도 없다. 이미 한국 법안 셧다운제를 충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것만 지키면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충분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호자와 피양육자. 그리고 게임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할 부분을 국가가 대신해주면서 교육의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큰 회사들은 다들 사회적 책임을 위해 보호자 기능을 신경 쓰고 있는 시대다. 행정기관과 단체들은 이러한 기능을 잘 제공하면서 좋은 게임을 부모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영욱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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