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ORY] 게임과 성차 (上)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2022-04-04


최근 우리사회에서 성차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되고 있다. 자칫 비난만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차를 정치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향의 차이로 이해한다면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이나 남편을 좀 더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연구결과들을 중심으로 이번 주제를 시작한다. 노파심에 한마디 만 더. 앞으로 다루는 결과는 평균적인 성향이다. 여자 중 남자보다 키가 큰 사람이 분명 있지만, 평균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크다는 정도로 이해하시길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영향은 감각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면, 남자아이들은 망막이 여자아이들보다 두껍고 색깔을 파악하는 P세포 수가 작다. 그래서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여자가 세상을 좀 더 파스텔톤으로 화사하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남자는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보는 동체시력은 뛰어나다. 동체시력(DVA, Dynamic Visual Acuity)이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동체시력은 5~10세 사이에 급속히 발달하면서 15~16세에 최고조에 이른 후 점차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왜 프로게이머들 중 남자가 많은지, 그리고 최고 기량의 프로게이머들이 10대 후반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지각의 특성으로 남자아이들의 청력이 여자아이들보다 약하다는 점이다. 같은 나이의 여자에 비해 발달이 늦게 일어나며, 청력 상실을 겪을 확률이 5.5배나 높다. 또한 여자가 남아에 비해 높은 음역대의 소리와 작은 목소리를 잘 듣는다. 이런 점은 왜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아들들은 잘 못 듣는지, 교실 뒤에 앉은 남자아이들이 딴짓을 하는 것은 수업의 내용보다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각의 차이는 주의집중과 연합되어 또 다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2000년도 캠브리지대 코넬란(Connellan)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태어난 지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남자 아이는 움직이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여자 아이는 얼굴에 더 관심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남자아이들은 움직이는 물체에 더 관심이 많고 여자아이들은 얼굴 표정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은 타고난 성향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시사되는 결과다. 남자아이들은 난폭한 싸움과도 같은 장난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게임에 쉽게 빠진다. 게임을 함께 하면서도 서로 눈을 맞추어야 할 필요를 덜 느끼고 경쟁하듯 대화를 하면서 오랫동안 지낼 수 있다. 그 동안 엄마의 얼굴은 까맣게 잊게 된다.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들에게서는 이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의 범위에서도 성차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친구의 수가 많다. 단짝친구는 여자아이들에게서 더 빈번히 나타난다. 그 이유는 여자아이들은 친구를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밀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지켜지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미 비밀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동을 함께 하는 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비밀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기초적인 정보를 몰라도 친구로 지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체로 남자아이들은 친구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좋아하고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충분한 것이다.


[W.STORY] 게임과 성차 (下)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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