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과 비디오 게임 - 게임 잡학 사전 (1)

2020-09-09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심리가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에 비해 더 많이 살아남고 짝짓기에 성공하면서, 해당 유전자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탑재되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커피샵이나 식당에서 구석자리부터 앉으려고 하는 이유는 구석자리의 트인 시야가 음식물과 포식자의 접근을 알아차리는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눈이 달려있지 않은 머리 위나 등 뒤를 가려주는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초콜릿을 좋아하는 이유는 열량이 높은 음식을 달게 느끼는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다만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재까지도 우리가 여전히 초콜릿의 유혹에 넘어가 다이어트를 포기하는 이유는 현대 인류가 아직 아프리카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시기에 가장 유용했던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에 빠진다. 진화심리학이 설명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이 자연선택의 결과라면 게임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열정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우리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뉴스를 검색하거나 영어공부를 해야 할 지하철 안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매력적인 이성을 찾아다녀야 할 저녁 시간에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게임에 투자할 시간과 비용으로 야근을 하거나 소개팅을 하는 게 생존과 번식에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출처 : jonathangottschall.com)


워싱턴&제퍼슨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조너선 갓셜’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이라는 저서에서 이야기의 효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이야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이야기가 생존과 번식의 과정에서 앞으로 마주치게 될 어려운 문제들을 미리 연습시켜주는 시뮬레이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www.pacaf.af.mil)


시뮬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항공기 조종사들이 시뮬레이션 기계에 탑승해서 안전하게 비행을 연습하듯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적은 비용으로 학습하며, 이와 같은 학습은 우리의 생존과 번식을 유리하게 만든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게임에서 팀을 꾸리고, 적들과 경쟁하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학교나 직장에서 하고 있는 일과 매우 유사하지 않은가? 게임은 다른 미디어에 비해 더 현실적인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어떤 미디어보다도 강력한 시뮬레이션 기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나 시간낭비로 치부하는 사람이라면, 비디오 게임이 일상에서 마주치게 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기능을 수행한다는 조너선 갓셜의 견해에 한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병찬 변호사 / 

실력은 엉망이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사랑해 온 변호사입니다. 비디오 게임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