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과 편견 : 게임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부정적 인식은 줄어들까?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3)

2020-09-23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2020년 게임이용자실태조사를 보면 전국민의 70%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대중문화입니다. 특히 10대는 91.5%가 20대는 85.1% 등 압도적인 다수가 즐기는 문화이고 하지요. 많은 이들이 즐기기에 인기 게임 대회는 이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스포츠리그의 인기를 능가하는 시청인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닌자나 페이커 같은 선수들은 새롭게 세계적인 명사의 대열에 포함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안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권고했던 일은 게임 현재 뿐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시대적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WHO의 PlayApartTogether 캠페인 


그런데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선되고 있지 못하는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게임을 유해물로 인식하여 규제를 하는 일명 ‘게임 셧다운제’가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나, 게임이 다른 문화콘텐츠에 비해 까다로운 제도적 장치를 두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게임이 유해물이라면 게임을 이용하는 대부분 청소년이나, 직업으로 게임을 접하는 게임계 종사자들에게 그 피해가 나타나야 합니다만 전세계 어디서도 이런 증거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라기보다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작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근거 없는 차별로 이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사회심리학에서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어떻게 생기고 줄일 수 있을지 오래전부터 연구해왔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가설은 ‘무지 가설(ignorance hypothesis)’입니다. 이 가설에 의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긴 이유는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서 잘 몰라서’라는 것입니다.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게임을 알려주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게 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지금 많은 기관에서 수행하는 ‘게임 리터러시(literacy)’라 불리는 사업은 바로 무지 가설에 근거한 사업으로 판단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무지가설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줄이는데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대해서 학자들은 2가지의 이유로 설명합니다. 첫째, 사람들의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적 반응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겁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사람이 좋아지기 보다는 더 두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치라고 할 것입니다. 둘째,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반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다는 점을 무지가설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확증편향’이라고 부르는 현상이지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기에 아무리 반대되는 정보를 제시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겁니다.



설령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더라도 고정관념과 편견이 깨지기는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흰곰을 떠올리지 마’라는 지시는 ‘흰 곰’을 더욱 더 생각하게 만드는 반동을 초래합니다. 게임은 긍정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할수록 반대로 게임의 부정적 사례와 가능성이 더욱 심하게 떠오르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그 내용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교육을 받기 전보다 심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표출하고 반감이 더 강해질 가능성까지 있다는 연구마저도 있습니다. 충분하게 게임의 가치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육은 자칫 역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몰라서 그렇다는 ‘무지가설’은 또 다른 고정관념과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 합니다.


그렇다면 고정관념과 편견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 학자들은 다른 전략을 제시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목표 중심적 접근법’이라고 불리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무지가설과 다르게 가정하는데,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그저 잘못된 사고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게 해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가 경험한 사례들을 볼 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계시는 기성세대는 게임을 하는 행동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게임을 하는 게이머(청소년)의 행동 전반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하십니다. 그렇다면 그런 통제의 욕구 이면의 심리적 동기는 무엇일까요? 제가 판단하건데 자녀나 청소년을 위해 늘 노력하는 ‘좋은 부모/지도자’라는 목표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을 스스로 판단하여 즐기도록 허락하는 것은 좋은 부모/지도자라는 목표와 상반되기에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Play Together(출처 : askaboutgames.com)


이런 맥락에서 ‘목표중심적 접근법’에 의하면, 게임을 몇 시간이나 하는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좋은 부모/지도자’는 게임하는 ‘자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게임이 대상이 아니라 자녀가 핵심이 됩니다. 그 입장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서 왜 그런 게임을 하는지, 게임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럴 때 좀 더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좀 더 관대해지며, 현실적인 실천방안들을 도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게임은 이미 부정하기 어려운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방법은 정보나 방법의 지식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이 어떻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좀 더 크고 원대한 목표로 접근하는 질적 도약이 필요합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게임은 우리 사회 전체를 좀 더 성숙하고 지혜로워지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훗날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공저), 사회심리학(공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