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게임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2021-08-12

 


우리가 정면을 응시하는 동안 못 보려야 못 볼 수 없는 신체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코입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동안 늘 코를 보지만, 누구도 늘 코를 보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못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감각순응(Sensory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감각순응의 사례는 사람의 5감에서 모두 관찰됩니다. 자기 몸에 뿌린 향수는 맡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첫 숟가락이 그렇게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계속 먹다 보면 달콤함을 잊게 됩니다. 어디 그뿐 인가요? 발가락을 담그기에도 두려운 뜨거운 온탕을 잠시만 견디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집니다. 어떤 대상이 익숙해져서 일상으로 편입되는 순간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가 감각순응을 떠올린 계기는 상반된 내용의 게임관련 보도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국민들의 게임 이용률은 65.7%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로 게임이용 행태가 변화해 2020년 70.5%로 증가 되기는 했으나 이런 이용률은 2015년 74.5%에서 감소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수치의 변화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데 또 다른 뉴스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서비스들에서 게임을 출시하거나 게임과 영화가 결합된 인터렉티브 무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나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뉴스들은 게임이 위축된다는 보도들이 진짜였는지 의심을 갖게 만듭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줄어든다기보다는 게임을 즐기는 형식이 다양해져서 전통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보이는 착시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게임은 하나의 독자적인 서비스를 넘어서 다른 영역으로 확산 되고 있지 않나 싶어서 정보를 찾아봤더니 여러 군데에서 게임이 진출한 것이 발견되더군요. 대표적인 사례는 일기예보입니다. 게임제작에 많이 활용되는 게임엔진을 이용하여 2018년 미국의 기상 전문매체 웨더채널(The Weather Channel)은 토네이도 상륙의 피해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스튜디오에 폭풍에 박살 난 자동차가 떨어지고 전신주가 뽑혀 쓰러지는 장면은 액션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어디 그뿐 입니까? 스포츠 중계나 대통령 선거방송 등에 게임제작 기술이 활용되면서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연출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syfy.com/ 


이런 현상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게임이라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님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게임전시회에 전통적인 게임개발사나 유통사뿐 아니라 영상미디어나 기기제작업체들의 참여가 국내외에서 흔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게임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그런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게임산업이나 서비스만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게임은 시간이 남을 때 짬을 내서 즐기는 여가가 아니라 게임이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중요한 인프라가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의 게임을 재단하는 일은 마차의 기준으로 자동차를 규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게임 질병코드 논란으로 촉발된 게임관련 이슈는 게이머와 게임산업계만의 문제가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폭넓은 논의를 통해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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