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ORY] 게임을 통해 유능해지기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2021-09-06




유능하다는 것, 능력이 있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큰 일, 어려운 일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질투나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능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유능함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분야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유능한지 금방 알아채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또 여러 가지 분야 중 유능한 영역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기도 합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10대의 90%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고 합니다. 스마트시대에 게임은 비단 젊은이들뿐 아니라 전 국민의 70% 이상이 즐기는 대중 여가활동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남녀노소 유능감을 뽐내기에 딱 좋은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가 게임을 얼마나 잘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는 이제 중요한 영역이 되어버렸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내가 잘하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우선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이, 내가 잘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 시켜 줄 수 있다면 그보다 가장 확실하게 유능함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력을 멋지게 뽐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겠지요. 그래서 그런가요. 요즘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회사에서 게임대회를 여는 것은 유능감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분야에서 유능감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게 되면 그 효과의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을 충전시켜주어서 생활 전반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이런 효과를 스틸(Steele)이란 심리학자는 자기가치확인(self-affirmation)이란 개념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더 적극적이고 대처하고, 더 건설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부는 잘 못 하더라도 게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면 친구들 틈에서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자신감 있게 밀고 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겁니다.


출처 : OPGG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내가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 게임을 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유능감의 반대인 무능함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지요. 이때 사람들은 자기불구화(self-handicapping)전략을 구사합니다. 자신이 유능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실력을 보여주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손을 다쳐서 컨트롤이 어렵다든지,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어지럽다든지 하는 핑계를 대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 다른 자기불구화 전략 중 하나는 방해물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 게임기나 도구가 아니라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전략입니다. 사실 이것은 듣는 사람에게 ‘정말 그렇구나’라는 효과를 크게 발휘하지는 못합니다. 대신 이런 핑계를 말하는 본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려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할 것입니다.


출처 공감셔틀

출처 : 공감셔틀


핑계를 늘 댈 수도 없고, 늘 핑계를 대는 것은 스스로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유능하든 그렇지 않든 말입니다. 이때 사용되는 전략은 상징물을 활용하는 겁니다. 게임의 실력을 나타내는 티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게임 티어가 플레티넘이나 다이아와 같은 높은 등급이라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능감을 알리는데 더없이 좋은 상징물이 됩니다. 마치 명품이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할 겁니다. 일부 게이머들은 명품을 사듯이 게임의 티어를 돈을 주고서라도 높이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게임 티어를 돈을 주고 높이는 ‘대리게임’을 법으로 금지하게 됩니다.



연구들에 의하면, 유능해 보이고자 하는 욕구는 자신의 처지를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한, 압박이 있거나 경쟁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강하게 나타납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경제위축과 취업난 거기에 따른 경쟁의 심화는 ‘공정’이란 이슈를 최대의 화두로 만들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유능함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게임 속에서마저도 유능하지 못하다면 자기가치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게임은 잠시 짬을 내서 즐기는 여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중요한 삶의 근거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업계에서 좀 더 사명감을 가지고 게임을 제작·운영하고,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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