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TORY] 첨단기술과 욕망: 테슬라가 게임에 관심을 두는 이유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2021-10-20



애플의 스티브 잡스 사후 가장 혁신적인 인물로 엘론 머스크가 꼽힙니다. 엘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테슬라 모터스의 창업자이자,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친환경 태양광 발전 기업인 솔라시티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요즘 주목받는 기술은 거의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은 테슬라의 주가상승을 통해서도 알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었지만 불과 10달 후인 2021년 10월 기준 시가총액이 8,500억달러를 넘는 8배 성장이라는 급등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시가총액이 높다는 것만 가지고 평가를 하기는 이르지만 그만큼 테슬라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사실 테슬라의 혁신은 전기자동차라는 연료의 혁신에만 있지 않습니다. 진짜 혁신은 전기자동차가 사람이 운전할 필요가 없는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이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까와 유사한 관심이라고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라는 기기 위에다 자율주행이라는 플랫폼의 얻은 조합을 선도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아이폰이라는 기계에다가 애플 운영체계(iOS)를 얻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 많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은 애플의 운영체계에 맞추어 서비스를 생산하고, 앱스토어라는 시장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카테고리는 게임입니다. 앱 시장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Tower)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매출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였다고 합니다. 사실 스마트폰은 전화기라기 보다는 게임기에 더 가깝다고 볼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는 테슬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정확히 맞습니다. 2019년 6월, 미국 LA에서 열린 게임박람회 E3에서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 아케이드(Tesla Arcade)’를 공개했습니다. 테슬라 아케이드는 테슬라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레이싱 게임 ‘비치버기 레이싱2’의 게임 영상을 공개해 큰 화재가 되었습니다. 테슬라 아케이드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테슬라 자동차의 실제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을 게임 동작 기기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안전을 위해 주차한 상태에서만 작동되며, 엑셀레이터 페달은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전기차가 주차를 하는 순간 수천만원짜리 게임기로 탈바꿈하는 것이 일상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왜 전기자동차에다 게임을 탑재를 할 생각을 했을까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테슬라 전기차는 충전이 필요합니다. 물론 주차를 해 놓는 동안 충전이 충분히 되면 좋겠지만 불가피하게 운전 중에 충전을 해야할 때 휘발유 주유를 할 때처럼 금방 끝나지 않습니다. 1시간 이상 충전을 하면서 대기를 해야 할 때 운전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초기 전기차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그보다는 훨씬 더 원대한 계획이 게임 서비스 속에 숨어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단계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된다면 자동차에서 운전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특별히 할 것이 없는 상태로 지속된다면 아마도 금방 지루해질 겁니다. 이럴 때 즐길거리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양보할 수 없는 전략이 됩니다.


[그림] 테슬라 아케이드 비치 버기 레이싱 2 구동 사진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 맥킨지는 2030년에 자동차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를 TV, PC, 스마트폰에 이어 ‘네번째 스크린’이라 불릴 정도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대략 추정하는 시장규모는 4,500억달러에서 7,5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이제 자동차를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안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이동하는 거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테슬라는 이미 개발된 게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판단했는지 2020년 9월에 게임 개발자를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냅니다. 테슬라는 채용공고에서 ‘자동차를 가장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게임 콘텐츠를 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엔지니어를 찾고’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테슬라에서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테슬라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경쟁에 뛰어든 구글, 현대, 벤츠, 포드, BMW와 같은 회사들도 우수한 게임 개발이나 게임경험과 관련된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은 자율주행이라기 보다는 차 안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체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차, 경제적인 차, 승차감이 좋은 차 그 다음은 즐거운 차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요즘 초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시기에는 얼마나 다양한 게임 경험을 했는가가 첨단 기술회사에 입사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권해줄 게임을 체험해 보기 위해 당당하게 게임을 구입하는 아버지들이 점점 더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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