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자아(self) - 게임으로 본 사회심리학 (1)

2020-09-09


사람을 사회적 존재라고 합니다. 도대체 이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말은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내가 누군지를 말해준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만나고 있으면 그 앞에 있는 나는 ‘학생’이 됩니다.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앞에 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나는 그 친구들의 ‘친구’가 됩니다. 집에 가면 ‘자녀’가 되거나 혹은 ‘부모’라는 정체성(identity)을 얻습니다. 이렇듯 나는 내가 혼자서 정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계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덕에 내가 ‘나’일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혼자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더라도 벌거벗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실 속의 사람이 되었든, 가상의 인물이 되었든 말이죠. 거기에 맞추어 우리는 살아갑니다. 예의 바르게, 혹은 그 반대로 행동하든 거기에는 누군가의 존재가 바탕이 됩니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한시도 혼자인 적이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진짜 사회적 존재라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심리학에서 이런 영역을 다루는 분야를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이라고 합니다. 사회심리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자아(self)'입니다. 사회심리학에서 자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고 일반적으로 가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서 살아가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처럼 자아가 많다보니 문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회적 역할을 독점하는 소수의 자아 때문에 수많은 자아들이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서 억눌려 지내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여 질 수 있는 자아는 매우 억눌려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성실하고 예의 바른 내가 한결같은 역할을 한다면, 그 자아의 밑바닥에는 하고 싶은 대로 뒤죽박죽 하고 싶은 자아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한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도 나를 구성하는 자아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일부를 계속 억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잘난 자식들만 자랑하고, 못난 자식들은 집안에 가두는 그런 부모와 유사하다고 비유를 한다면 좀 심한 것일까요?


다른 사람의 눈에서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내면의 억눌린 자아를 풀어 놓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공간은 웬만하면 다른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 공개를 하기 꺼려합니다. 어찌 보면 정리되지 않은 지저분한 공간은 평소에 억눌린 자아들에게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지도 모릅니다. 만일 이런 공간도 없이 여럿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늘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꼭 심리전문가가 아니어도 무언가 위태롭다는 것을 직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회심리학적으로 게임의 역할은 억눌린 자아들이 현실적 위협이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고, 부수고, 쏘는 일은 현실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행동을 삼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자아는 위기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늘 이런 자아를 준비해놓고 있습니다. 이런 자아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말은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에 늘 떨고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혹시 주말이나 휴가에 게임을 몰아서 오랫동안 즐긴다면 그 만큼 자아가 오랫동안 억눌린 증거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숨기고 싶었던 자아들이 한 동안 활약을 하면 지치게 되어있습니다. 마치 바람직한 내가 쉬지도 못하고 역할을 할 때 지치는 원리와 같습니다. 그 때쯤 역할을 교대하자고 다른 자아가 슬며시 제안을 합니다. 이제 충분히 놀았으니 다른 것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공저), 사회심리학(공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