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은 놀이 중 가장 발달한 놀이입니다. 그래서 놀이는 갓난아기도 가능하지만 게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나타납니다. 놀이는 또한 아이들의 대표적인 사회적 활동입니다. 즉 혼자서는 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놀이의 한 유형인 게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혼자서 하기보다는 PC방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롤이나 배그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모여서 브롤스타즈나 어몽어스를 함께 하며 즐거워합니다. 굳이 PC방비를 들이거나 밖에서 여럿이 모이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그게 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없을 때 위기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빠르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도록 우리 몸이 신호를 줍니다. 마치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찾도록 허기라는 신호를 주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참고로 이런 신호를 지속적으로 무시하면 불안이나 우울이라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시장이 반찬이란 속담이 있듯이, 배가 고플 때 밥은 꿀맛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만족스럽게 어울릴 때도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모여 무언가를 조화롭게 수행할 때 소름이 돋는듯한 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합창을 할 때나, 춤을 함께 출 때, 그리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기도를 할 때도, 아주 드물지만 직장에서 팀워크가 기가 막히게 잘 이루어질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초월감(Self-stranscendence)으로 설명합니다. 즉 자기를 넘어서 다른 사람 혹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됐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자기초월감을 경험하는 가장 손쉽고 정확한 방법은 여러 사람들이 일치된 움직임, 즉 동기화된 움직임(synchronized movement)입니다. PC방과 스마트폰을 쥔 아이들이 왜 즐거워하는지를 보면 이들의 하는 행동은 합창이나 기도 혹은 팀 운동경기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몸에서는 독특한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물질은 엔도르핀입니다. 흔히 마라톤과 같은 극한 운동을 할 때 나오는 자생적 진통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앉아서 하는 작은 몸짓과 같이 동기화된 차분한 동작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엔도르핀의 효과는 단순히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동기화된 동작을 함께 한 후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신뢰를 느꼈다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이들은 투자게임에서 덜 동기화된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보다 더 협력해서 게임을 풀어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즉 함께 무언가를 같이하는 것은 유대감과 신뢰감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더 협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결속(social ties)을 강화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코호트(cohort)란 개념이 있습니다. 어원을 따지자면, 고대 로마군대의 소대급 단위라고 합니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훈련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전우애로 뭉친 동질성을 보유한 집단입니다. 흔히 ‘베이비부머’니 ‘X세대’니라는 말로 불리는 집단구분은 코호트를 뜻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들은 다른 코호트와 차별성을 갖기에 마케팅이나 사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구분이 됩니다. 통계청에서 구분하는 세대구분에 의하면 1980~1994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세대(M세대)라 부르고, 1995년 이후 출생세대를 Z세대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은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반영하기에는 너무 성근 잣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어떤 게임을 주로 하고 자랐는지를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더 정밀하면서도 동질적인 집단을 구분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타크래프트 세대, 서든어택 세대, 롤 세대, 마인크래프트 세대 등처럼 말입니다.

전 국민의 70%가 게임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에 게임을 이용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세대 구분에 게임이 점점 더 중요한 지표로 상승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전환의 시기에 게임을 많이 한다 적게한다 식의 구분은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대신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어떤 게임을 경험하고, 이런 경험들이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세심하게 기록하고 연구를 해야 할 때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입니다. ‘게임은 문화다’란 구호를 넘어서 게임이 어떤 문화적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만한 명료한 답을 줄 수 있다면, 게임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할 뿐 아니라 게임의 사회적 위상도 함께 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
게임은 놀이 중 가장 발달한 놀이입니다. 그래서 놀이는 갓난아기도 가능하지만 게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야 나타납니다. 놀이는 또한 아이들의 대표적인 사회적 활동입니다. 즉 혼자서는 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놀이의 한 유형인 게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게임을 할 때 혼자서 하기보다는 PC방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롤이나 배그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모여서 브롤스타즈나 어몽어스를 함께 하며 즐거워합니다. 굳이 PC방비를 들이거나 밖에서 여럿이 모이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그게 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없을 때 위기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빠르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도록 우리 몸이 신호를 줍니다. 마치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찾도록 허기라는 신호를 주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참고로 이런 신호를 지속적으로 무시하면 불안이나 우울이라는 심각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시장이 반찬이란 속담이 있듯이, 배가 고플 때 밥은 꿀맛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만족스럽게 어울릴 때도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모여 무언가를 조화롭게 수행할 때 소름이 돋는듯한 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합창을 할 때나, 춤을 함께 출 때, 그리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기도를 할 때도, 아주 드물지만 직장에서 팀워크가 기가 막히게 잘 이루어질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초월감(Self-stranscendence)으로 설명합니다. 즉 자기를 넘어서 다른 사람 혹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와 연결됐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자기초월감을 경험하는 가장 손쉽고 정확한 방법은 여러 사람들이 일치된 움직임, 즉 동기화된 움직임(synchronized movement)입니다. PC방과 스마트폰을 쥔 아이들이 왜 즐거워하는지를 보면 이들의 하는 행동은 합창이나 기도 혹은 팀 운동경기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몸에서는 독특한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물질은 엔도르핀입니다. 흔히 마라톤과 같은 극한 운동을 할 때 나오는 자생적 진통제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앉아서 하는 작은 몸짓과 같이 동기화된 차분한 동작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엔도르핀의 효과는 단순히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것에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동기화된 동작을 함께 한 후 서로에 대한 유대감과 신뢰를 느꼈다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 실험에서 이들은 투자게임에서 덜 동기화된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보다 더 협력해서 게임을 풀어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즉 함께 무언가를 같이하는 것은 유대감과 신뢰감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더 협력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결속(social ties)을 강화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코호트(cohort)란 개념이 있습니다. 어원을 따지자면, 고대 로마군대의 소대급 단위라고 합니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훈련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전우애로 뭉친 동질성을 보유한 집단입니다. 흔히 ‘베이비부머’니 ‘X세대’니라는 말로 불리는 집단구분은 코호트를 뜻하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들은 다른 코호트와 차별성을 갖기에 마케팅이나 사회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구분이 됩니다. 통계청에서 구분하는 세대구분에 의하면 1980~1994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밀레니얼세대(M세대)라 부르고, 1995년 이후 출생세대를 Z세대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은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반영하기에는 너무 성근 잣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어떤 게임을 주로 하고 자랐는지를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더 정밀하면서도 동질적인 집단을 구분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스타크래프트 세대, 서든어택 세대, 롤 세대, 마인크래프트 세대 등처럼 말입니다.
전 국민의 70%가 게임을 이용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에 게임을 이용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세대 구분에 게임이 점점 더 중요한 지표로 상승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전환의 시기에 게임을 많이 한다 적게한다 식의 구분은 이제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입니다. 대신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어떤 게임을 경험하고, 이런 경험들이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세심하게 기록하고 연구를 해야 할 때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입니다. ‘게임은 문화다’란 구호를 넘어서 게임이 어떤 문화적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누구나 납득할만한 명료한 답을 줄 수 있다면, 게임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할 뿐 아니라 게임의 사회적 위상도 함께 올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장주 소장 /
평범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게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문화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