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할만한 게임은 어디에

2020-09-10


게임연구가로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가끔 아이에게 할 만한 게임에 대한 추천을 받을 때가 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게임 쪽과 관련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적이든 사적이든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으리라.


게임을 문화로 다룰 때 많이 나오는 교육적이고 아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을 언급할 때 많이 언급되는 것은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럭스, 혹은 닌텐도사의 게임들이라던가 아니면 레고의 IP 게임들일 것이다.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럭스는 워낙 가지고 놀 구석이 많은 데다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쓰기에도 적절한 게임이고, 닌텐도사의 게임들은 자사의 플랫폼의 모든 게임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닌텐도가 만드는 게임들은 어린이들이 하기에 적절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레고 게임들은 적극적으로 IP를 활용하고 있는 레고답게 아이들에게 익숙한 IP와 적당한 협력으로 아이와 부모가 같이 하기 적절하다.


안타깝게도 한국게임이 언급되는 경우가 드물다. 이렇다 보니 게임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영상 등에 사용되는 영상들에 한국게임은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왜 앞서 언급한 특징을 가진 한국 게임들은 찾기가 힘들까.



조금 더 시계를 과거로 돌려보자. "하얀마음 백구" 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SBS에서 2000년에 방영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1993년에 주인 품으로 돌아온 진돗개 백구를 주제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당시에도 평가와 흥행 모두 좋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TV 시리즈로 방송되는 시점에 게임이 제작되었다. <멀크와 스웽크>, <까꿍 외전> 등의 아동 대상의 게임을 제작하던 키드앤키드 닷컴이 제작하여 한빛소프트를 통해 2000년 12월에 출시하였는데, 이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도 게임은 10만 장이 넘으면 속칭 대박이라고 불렸는데 하얀마음 백구가 10만 장을 넘은 것이었다.


PC플레이어 2001년 1월 호에 실린 하얀마음 백구 광고


한빛소프트는 하얀마음 백구로 게임대회를 열 정도였고, 이 대회는 당시 유일한 만화전문 채널이었던 투니버스와 케이블 게임채널이었던 온게임넷에서 중계되기도 하였고, 이 대회용 버전을 포함시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게임 패키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지만 원작사인 손오공과 키드앤키드닷컴 간 수익 분배에 관련하여 법정싸움이 일어나 판매중단이 되기도 하였고, 이렇다보니 <하얀마음 백구 2>는 손오공에서 <하얀마음 백구 3>는 키드앤키드닷컴에서 백구 대신 시베리안허스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발매일도 거의 차이가 없게 출시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회사 간 분쟁이 없었다면 좀 더 장수할 수 있던 IP 게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얀마음 백구뿐만 아니라 그 후로 많은 아동용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는데, 하얀마음 백구가 나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짱구는 못 말려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아동 대상의 게임들이 대부분 횡스크롤 액션으로 출시되었다. 이러한 게임들은 "주얼시디"등으로 언급되는 시디만 서점이나 문방구 등에서 유통되는 형태로 나쁘지 않은 성과들을 내었다. 나중에 PC게임시장이 거의 없어지고 CD로 게임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게임을 하는 시대가 되면서 같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나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나 캐주얼 게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는데, 어쩌면 TV에서 즐기던 게임을 개인용 컴퓨터로 주로 즐기게 된 그 무렵부터 부모가 자식들에 대한 게임 통제권을 상실해 가는 시대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이 무료로 서비스되고 추가 아이템을 유료로 파는 부분 유료화의 형태가 되었다.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 게임을 추천하는 데 고민을 크게 한다. 추가 결제가 없이는 남들과의 다름 혹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방식을 아이들에게 즐겁게 하라 추천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전과 비교하면 하얀마음 백구 시절 방식으로는 개발비와 유지비가 나오기 힘들 정도로 높은 품질의 게임 개발을 하기 위한 비용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게임 운영을 위한 매출과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 비즈니스 논리 상 보편적으로 정착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 수익에 기반해 현재 스마트폰의 게임 카테고리에는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품질의 한국 애니메이션들을 원작으로 둔 게임들이 나오고 있긴하다.


20년 전과 지금의 게임 비지니스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추가 결제 없이도 동일한 조건에서 게임을 두고두고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한 하얀마음 백구 같은 한국게임이 하나쯤은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영욱 게임연구가 /

게임개발자겸 게임역사연구가

2006년 던전앤파이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해서 각종 온라인게임,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개발. 소셜게임디자인의 법칙 공역, 한국게임의 역사 공저, 81년생 마리오 공저, NDC, KGC등에서 한국게임의 역사 및 게임 개발 관련 강의, 게임개발과 게임역사 및 아카이브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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